3~4시간 정도 차분히 읽으면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다.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글을 이끌어가는 필력이 좋아 집중하게 되고 다음 장을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였다.
정유정이라는 작가의 스타일과 책의 제목으로 어떤 장르의 책인지 전혀 모르고 책을 읽게 되었다. 초반부 주인공이 누군가의 피로 뒤집히게 되자, 아 스릴러물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다가 책을 다 읽고 나니 스릴러보단 스릴러를 가장한 인류의 진화 과정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프롤로그의 시작은 주인공이 세례 성사를 진행하면서 몸이 아파도 참고 끝까지 버티려고 했으나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독후감도 쓰고 생각을 정리할겸 처음부터 다시 읽곤 하는데, 물론 작가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세례를 받다가 쓰러진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이런 해석하였다.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다는건 하느님의 자식으로써 이름을 부여받고 새롭게 태어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세례 도중 쓰러져서 결국 세례를 못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식으로서 다시 태어나지 못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같다. 즉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는 고대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 남았던 방식(살인과 강탈)으로 진행될 것이다라는 꽤 괜찮은 프롤로그가 아니였을까 싶다.
책을 읽다보면 백군과 청군이라는 주인공의 자아(에고)가 책 초반부부터 후반부까지 등장한다. 주인공은 백군을 현실주의자, 청군을 낙관주의자라고 칭하고 둘의 의견을 조합하여 말을 하거나 행동으로 옮긴다. 뭐, 이건 사이코페스만의 사고 방식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이를 취합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주인공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나를 흠칫하게 만들었다. "완전 사이코페스네.."
책의 전개 부분에서 주인공의 어머니와 이모는 주인공의 사이코페스 기질을 억제 하기 위해 리모트라는 약을 꾸준히 맥이고 감시한다. 어머니를 죽이고 난 후 어머니의 일기장을 훔쳐 보며 상황을 파악하던 주인공은 예전에 약의 부작용으로 두통, 이명등 증세를 일으키고 수영 시합에서 진 주인공이 자신을 미워할 것이다라고 적은 대목을 읽고 약의 부작용보다 '어머니의 규칙'이라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물론 가족여행에서 형을 죽인 주인공과 경찰에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서든 강압적으로 교육할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겠으나, 또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억압을 엄청 받으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물론 독자가 이렇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사이코페스인 주인공의 특징이라면 매우 소름이긴 하다. 하지만 책 중간 중간 주인공 친구인 해진과 나눈 대화를 보면 훈육이 제대로 되었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지 않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첫 문장으로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 <이웃집 살인마>를 통해 주장한 내용을 소개하는데, 매우 공감이 가서 적어두고자 한다.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 것도,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생존하도록 태어났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진화과정에 적응해야 했고, 선이나 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선과 악이 공진화했으며, 그들에게 살인은 진화적 성공, 즉 경쟁자를 제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였다."
고대 인류가 생존하고 번식하면서 현대 사회를 만들기까지 숱한 선과 악이 행해졌을 것이다. 부족과 부족,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을 통해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아 생존하고 번식하던 인류는 현대 인류가 되면서 법이라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이를 지키도록 사회 구성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허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같이 아직까지 인류는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악을 실행하고 선이라고 외치고 있다. 뺏고 뺏기는 인류 진화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렇게 독후감을 쓰면서 왜 책의 제목이 "종의 기원"인지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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