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고 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오랜만에 접하게 되었다. 무라키미 하루키만의 캐릭터의 내적 상태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은 디지털 시대라 책을 읽다가 문단에 나오는 노래를 검색하여 노래를 들으면서 그 구절을 읽곤 하는데 이렇게 하면 조금더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

 

책의 제목은 "노르웨의 숲"인데, 비틀즈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곡 중 하나의 제목을 사용했다. 책을 읽고 나서 작가가 왜 책 이름을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책 내용을 한줄평하자면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 같이 허무하면서 아픈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는 주인공 와타나베가 학창시절 겪은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와타나베의 절친인 기즈키는 고등학교 2학년 자살을 했다. 이후 공허함에 휩싸인 와타나베는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잊고자 타지에 있는 대학을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생활하던 도중 우연치 않게 만난 기즈키의 옛 연인 나오코를 만나게 되는데, 나오코 또한 기즈키의 죽음으로 인하여 타지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기즈키의 죽음을 잊기 위해 타지로 왔지만 결국 기즈키를 가장 잘 아는 두 사람이 서로 만나 마음속으로 잊으려 하던 친한 이의 죽음을 마주보게 된 것이다.

 

 와타나베는 나오코와 만난 후 나오코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기즈키의 죽음을 어떻게서든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책 중반부에 대학에서 새로 사귄 친구 미도리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미도리의 아버지 병문안에서 와타나베의 심적 변화를 많이 느끼게 되는데, 싫어하는 건 절대로 먹지 않는 아버지를 앞에 두고 자신은 오이를 맛있게 먹으며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오이를 먹게 만드는 모습은 가히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아마도 와타나베는 죽어가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워가는 것 같았다.

 

 나오코 또한 와타나베와 만난 후 마음 속에 있던 아픔과 슬픔을 대면하게 되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요양원에 들어가 마음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나오코는 와타나베보다 더 심각했는데, 유년 시절 너무 좋아하던 친언니의 죽음을 본 이후 느끼는 두 번째 죽음이였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겪는 상실은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나오코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며 레이코라는 중년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레이코 또한 믿었던 제자의 배신과 이혼이라는 슬픔을 치료하고 있었다. 레이코는 어른인 만큼 책 중간중간 나오코를 챙겨주는 따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책 말미에 나오코가 자살한 후 와타나베와 오랜만에 재회하여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오코를 보내주는 장례식은 남은 이들의 표현 방식은 무엇이든 상관없이, "잘 가"라고, "거기선 행복하렴"이라고 떠난 이에게 말하며 자신도 스스로 그 짐을 내려 놓는 것임을 보여준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딘지 모를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담고 살아가는지, 어떻게 풀어가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책을 모두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와 18년전을 회상하던 서른 일곱살의 와타나베의 독백으로 마무리 짓는다.

 

아주 오래전, 내가 아직 젊고 그 기억이 더욱 선명했을 때, 나는 몇 번이나 나오코에 대해 글을 쓰려 했다. 그렇지만 그때는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처음 한 줄이라도 나와만 준다면 그다음에는 물 흐르듯 쓰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 한 줄이 아무리 애써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해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지나치게 자세한 지도가 자세함이 지나치다는 그 이유 떄문에 때로 아무 역할도 못하는 못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결국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오코에 대한 기억이 내 속에서 희미해질수록 나는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왜 나에게 "나를 잊지 마"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물론 나오코는 알았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언제까지고 나를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줘"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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